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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심장을 노래하는 수많은 성장 영화들 속에서 친구는 늘 개인에 앞서는 중심이곤 했다.  친구 사이의 정보가 때론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고 연애담보다 서늘한 의리와 배신, 집착과 상처가 친구라는 관계 안에서 생성되고 허물어지곤 했다.
 
그저 홍보성 문구가 아니다. 올 해의 발견.이고 빛나는 데뷔작이다.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은 한 순간도 안도할 수 없는 긴장과 대책없이 먹먹한 슬픔으로 빚어낸 사금파리 처럼 쨍하니 빛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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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양이를 부탁해>의 남성 버전을 보듯 사회의 극소단위 친구 사이의 회오리 바람을 두 눈 부릅뜨고 서두르지도 에두르지도 않고 지켜보는 이 영화는 촘촘하고 단단하다.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쉽게 적으로 돌아서기도 쉬운 고등학교 시절, 예비 군대처럼 외모가, 성적이, 싸움 실력이 서열을 매기는 무지하고 잔혹한 우정의 한 가운데 때묻은 야구공처럼 일상의 틈을 나눴던 친구들이 있다. 기태와 희준, 동윤. 둘은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였고 둘은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있고 둘은 또 다른 한 친구로부터 씻지 못할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둘은 남겨지고 한 친구는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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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제한된 공간과 교복이라는 익숙한 틀 안에 결코 가둘 수도 똑같지도 않는 감정의 진폭을 담아내는 <파수꾼>은 마치 <대부>의 서사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도저히 5천만원이라는 저예산이라고는 짐작하기 어려운 이 강렬한 힘의 영화는 스크린을 뚫고 나올듯 생생한 배우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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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에서 수줍기 그지 없던 동성 연인의 해사한 얼굴과 미세한 떨림을 그려냈던 이재훈은 조인성의 옆얼굴과 천정명의 미소, 강지환의 장난스런 남성미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류승범 같은 살기를 뿜어낸다. 치기와 분노, 후회와 감상으로 범벅된 기태라는 캐릭터를 탁월한 스타성과 일취월장하는 연기력으로 체화한 이재훈은,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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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 바람>을 통해 무덤덤한 청춘의 얼굴을 보여줬던 서준영 역시 돋보인다. 평범한 듯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외모의 이 배우는 리액션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 마치 김태우나  유준상처럼 좋은 목소리와 단단한 미소를 지닌 서준영은 경계 없는 자유로운 배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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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전공하다 <파수꾼>을 통해 연기 데뷔전을 치룬 박정민 역시 트라이앵글을 단단하게 지탱한다. 속을 짐작할 수 없는 눈빛과 누구라도 공감할 보편적인 캐릭터 희준 역을 섬세하게 표현한 박정민은 누군가의 전설일 친구라는 단어에 생생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전형적인 기승전결의 드라마를 채택하지 않은 윤성현 감독은 세 배우에 대한 애정과 신뢰로 캐릭터의 부피를 도탑게 쌓아올린다. 중국 영화의 폐하 같은 조성하의 존재감으로부터 신인 배우들의 캐릭터에 균일하게 감정선을 분배하는 그는 아드레날린과 테스토스테론의 상황에서도 결코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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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혹은 둘 다인, 눈부시게 푸르고 건조할 정도로 회색인
청춘들의 도화지에 친절한 부연 설명을 달지 않는 감독의 연출은 오히려 이 버석하고 허물어지는 모두의 기억을 아련하게 헤짚어 놓는다.

나는 니가 있어서 나일수 있다는 호기어린 약속이 니가 그러고도 내 친구냐며 돌아서고 멀어졌던 이제는 꺼내놓으면 혼자만 서먹하고 뭉클한 시간들. 동윤의 백퍼센트 거부 앞에 다섯 살 같은 눈물을 흘리던 기태의 모습에서, 잘 지내 라고 희준에게 애써 담담한 작별을 건네던 기태의 뒷모습에서 시간이 거꾸로 흘러 울컥해지는 순간을 끝내 이 영화는 선사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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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라는 권력, 그리고 권력이라는 함정에서 누군가를,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결핍 그대로의 성인이 된 모든 관계의 미숙아들에게 러닝 타임 만큼의 고민을 건네는 이 성숙한 밀도의 영화를 부디 지나치지 않기를 바란다.

 
Posted by 나도낭만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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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의 장기는 '촌스러움'이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그의 촌스러움은 투박하되
에둘러 세련된 척 하지 않는 진심을 담고 있어서 그저 그렇고 그런 영화들과는 달리
적확하게 누선을 자극하고 감정선의 물살을 일으켜 내곤 했다.
<실미도>,<공공의 적>그리고 초기작인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등의 작품들은
지금 보면 당연히 시대착오적이지만 동일한 지점에서 울컥하고 불끈하게 만드는 그 촌스러운 힘을 지닌 작품들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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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지 평론가의 평처럼 강우석의 신작 <글러브>는 '야구하는 라디오 스타와 죽은 시인의 실미도'라는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부정적인 의미에서 그의 촌스러움이 진동하는 이 작품의 모양새와 만듦새는 일견 2011년이라는 '현대/현재'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청각 장애인들의 고교 야구 대회 1승 염원과 퇴물 야구 선수의 갱생기는 한 줄 시놉시스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치는 클리셰다. 게다가 산뜻하고 신선한 '스키 점프'도 아니고 스포츠 영화로서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핸드볼'이나 아예 작정하고 감동적일 것 같은 '여자 역도'도 아닌 세상에, 야구라니. 그의 마초스러운 촌스러움을 견딜 재간은 아무래도 여성 관객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다.

지난 해 <이끼>를 통해 네티즌은 물론 원작팬들과 온라인 설전을 벌인 바 있는 이 뚝배기 같은 사내는 결국 군대 이야기 꺼내듯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패를 선보인다. 그리고 당연하고 희안하게도 배짱과 뚝심으로 뭉근히 끓여낸 이 단순한 향과 맛의 영화는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지만 대부분의 원하는 그 맛을 우려내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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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는 대중 영화로서의 친절함과 성실함이 무엇보다 미덕인 작품이다. 세계관이나
정치적인 공정함을 논하기에 저만치 앞서 이야기의 힘과 소재가 가진 파장을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세심하고 우직하게 메꿔내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특히 긴 러닝 타임 동안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뻔하지만 무척 어려운 작업을 능수능란하게 펼쳐보이는 장인의 손 끝은 눈과 가슴보다 맵고 단단하게 여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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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못하는, 남들처럼 말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해말간 얼굴과 짓눌린 욕망이 스크린으로 가득 펼쳐질 때 관객들은 영화가 보여주는 감정선보다 넓고 깊게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게 된다. 수많은 배우들을 적어도 영화 안에서는 슈퍼 스타로 만들어냈던 강우석 감독은 주조연과 단역을 가리지 않고 매우 적확한 순간에 클로즈업을 선사한다. 그의 마초적인 공정함은 꽤 많은 이들의 취향과 성향을 넘어선 지점에 먼저 당도해 있고 투박하리만치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뻔하고 압도적인 목소리'는 성실하고 열정적인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꽤 잦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글러브>에는 변화구가 없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영화는 아니지만 매우 공들여 찍은 경기 장면은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끝을 향할수록 뜨거워지는 감정은 스포츠 영화의 긴장감 때문이 아니다.
마치 인간이라는 섬을 단단하게 옭아맨 체인처럼 끈끈하게 늘어지는 감정선은 요행수 없이 정직한 직구로 관객들의 심장을 향한다. 두근 반 세근 반 뛰어대는 심장에 꽂히는 빠르고 강력한 안타들은 홈런이 없는 이 영화를 흡족한 감상으로 마무리하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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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털에도 불구하고 훈계 장면에서 마저 눈물을 쏙 빼게 만드는 일등 마쵸 정재영을 비롯,
<이끼>에 이어 다양한 얼굴과 매력 그리고 훌륭한 목소리를 가졌음을 다시금 입증하는 유선의 호흡과 연기가 중심축을 단단히 잡는다. 이현우와 김혜성, 장기범 역시 사력을 다한 연기와 청신한 매력으로 스크린에서의 스타성을 말끔하게 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믿음직한 조연 조진웅과 강신일 그리고 김미경의 뚜렷한 존재감은 장외에서의 앙상블을 매끄럽게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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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나 나올법한 뉴스에서나 읽을 법한 인간 시대나 다큐멘터리가 적합해보이는 소재를 가지고도 이 정도의 감격과 감동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글러브>는 강우석의 영화임에는 모자람이 없다. 다만 그 투박한 진정성이 대다수의 심장에 닿기까지는 아무래도 지금은 너무 빠르고 영악한 시대가 아닐까 하는 점이 아쉽게 남는다.
Posted by 나도낭만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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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은 클리셰 투성이임에도 정말이지 재미졌다.
쫀쫀하기 그지 없는 박지은 작가의 재치와 성실함을 겸비한 대본은
염치와 체면 불구하고 생활인의 옷을 잘 갖춰 입은 배우 김남주 덕에 생생하게
브라운관 위에 구현되었다. 정말이지 그 연속극은 지난 해 가장 예상 외의 득템이라
할 만 했다.

그리고 <역전의 여왕>이라는 누구봐도 속편임을 천명하는 스핀 오프.
천지애가 황태희로 바뀌었을 뿐 캐릭터는 일목요연 기시감을 벗어나지 못하고
예측되는 지점들은 지뢰밭처럼 무수하다. 신선도는 확 떨어졌고 긴장감도 전편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 회 <역전의 여왕>을 보고 있다. 곰곰 생각해봤는데
내가 한 살을 더 먹은 만큼 이 드라마 역시 한 살을 더 먹었고 그 점이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다. 오히려 <내조의 여왕>이 '역전의 여왕'스럽다. <역전의 여왕>에는 반전도
역전도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모든 출연진들이 성가실만큼의 빈틈을 가지고 있고
매 회 빈 틈을 내보인다.

외로운 골드 미스는 능력이고 빽이고 집어치우고 선택한 연하남과의 사랑으로 꽤
많은 걸 잃었고 그 잘난 연하남은 호랑이 같은 와이프와 토끼-여우 같은 딸 아이를
얻었지만 그 이상은 얻지 못했다. 든든한 빽이던 여상사는 애인 같던 부하직원을
버린 대신 빈 틈만 더 벌어졌을 뿐이다. 호랑이 없는 좁은 굴에서 기어코 여왕 노릇을
하려던 사람-여우는 전 애인도 잃고 엄마도 잃고 불안에 떨고 있다.

<역전의 여왕>은 그렇게 많은 것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횡재수는 적고 우연한
행복도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영리하지도 주도 면밀하지도 못하다.
퀸즈 화장품이라는 직장을 배경이 아닌 또 하나의 주요 캐릭터처럼 등장 시키는
이 이야기는 직장 고난사에 가까운 서글프고 쓸쓸한 광경들을 아무렇지 않게
마치 팝업북 처럼 주구창창 보여준다. 여기에는 잘 나가는 실장님도 없고 우아함으로
오글거리는 레스토랑도 없다. 실직한 남편을 침대에 누이고 출근하는 왕년의 여왕은
좁디좁은 경차에 몸을 싣고 주차 딱지 없는 계약직으로 늦은 밤까지 끙끙거린다.

게다가 고난한 직장-평화로운 가정이라는 동상이몽 역시 깨어진지 오래다. 이건 뭐
아침부터 새벽까지 지치고 일어나서 버티는 삶의 연속이다. 이리도 판타지가 없을까
싶을 정도로 고단한 그네들의 일상과 일생이 한 살 더 먹는 심정으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가끔 재미있는 것으로 연명하는 보통의 삶과 보통의 존재들은 물론 일반인들 보다야
이쁘고 잘났지만 그 심정 만큼은 다르지 않음을 이 드라마는 끄덕이게 만든다.

작가와 배우들은 전작의 호흡을 잃지 않고 선방하고 있다. 수많은 위험 요소들을
즈려 밟으며 또 다른 직장사를 새로운 톤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박지은 작가의
뚝심은 여전히 기대를 걸게 하고 김남주의 연기는 이제 믿음직 스러워 따로 주문할
게 없을 정도다(아 그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와이드한 김무스 앞머리 조금 거슬린다)
정준호 역시 왕년에 얼굴값만 하던 남자 역에 적역이고 윤상현 만큼의 신선함은 아니지만
박시후의 재벌 서자 연기도 귀엽다.

늘 아쉬운 건 호흡이 나쁘지 않은 채정안의 팽팽한 얼굴이다.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
그녀의 오열은 배우가 신경써야할 지점이 어딘지를 명확히 해준다.

그리고 하유미. 그녀가 찍는 방점은 비단 새빨간 립스틱과 새까만 눈썹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롭다. 잘게 내뱉는 대사의 쫀득함과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그녀의 캐릭터 연기는 <역전의 여왕>을 <내조의 여왕>과 구분 지어주는 놀라움
그 자체다.




Posted by 나도낭만소년